‘국민 여러분!’ 사기꾼 최시원과 베테랑 정치인 김의성의 대국민 사기극이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사기꾼의 선거가 묘하게 기대된다. 왜일까.
KBS 2TV 월화드라마 ‘국민 여러분!’에서 무소속 기호 5번으로 국회의원 후보가 된 양정국(최시원)과 그를 여의도로 데려갈 남자, 전직 3선 국회의원 김주명(김의성). 살기 위해 국회의원에 출마한 사기꾼과 자신의 안위만을 위하는 선거 전문가가 “달콤한 말로 시민들의 표를 빼내는”, ‘대국민 사기’를 선거 전략으로 삼았다. 사기꾼이 더 큰 사기를 치겠다는데 왜인지 마음 한구석에 분노보다 기대가 피어오른다.
“용감한 시민에서 용감한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에 한발을 내디딘 사기꾼 양정국이 밝힌 포부다. 전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선행으로 스타덤에 오른 후보다운 말이지만, 실상은 초라하다. 용감한 시민이 된 것은 우연이고, 국회의원 출마는 사채업자 박후자(김민정)의 협박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던 정국은 사실 분석할만한 정치 성향조차 없는 ‘정치 까막눈’이기 때문. 자신과 아내 미영(이유영)의 목숨이 달린 이 선거의 끝은 “무조건 당선”이어야 함을 알지만, “저같이 무식한 놈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긴 한 거예요?”라며 불안한 속내를 털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까놓고 말하면 사기꾼이 국회의원 돼선 안 된다”라면서도 정국을 당선시켜야 하는 김주명은 기가 막힌 선거 전략을 제시했다. 좋은 거 먹고 자라서,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생각까지 배웠기에 좋은 정치를 하려는 한상진(태인호)과 오로지 네거티브로 상대를 끌어내리는 강수일(유재명)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승리하는 방법, 그것은 ‘사기를 치는 것’이었다. “말에 꿀 발라 사람 마음 살살 녹여서 돈을 빼냈던 것처럼, 이번에는 돈 대신 표를 빼내자”는 것.
선거 전략이 “사기”라니 어이가 없다가도 다시 생각해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말이다. “동네 사람들 가려워하는 데 긁어주라”는 건 결국 민심과 시류를 읽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말로 꼬시는 것 이전에 가려운 데를 찾아낼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국회의원 후보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일 터. 자신만의 소신으로 숲만 보는 이상향을 꿈꾸는 한상진이나 상대 후보의 약점만을 파고들려는 강수일, 극과 극의 정치인들과는 확실히 다른 전략이며, 국민들이 진짜로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김주명의 말대로 정국에게는 다음 선거도, 다음 세대도 없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훌륭한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하는데, 정치꾼도 정치가도 아닌 사기꾼 정국은 오늘이 가장 중요하고, 단 한 번의 기회에 모든 걸 걸었기에 그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방법은 어쩌면 모든 ‘국민 여러분’이 가장 듣고 싶은, 가장 필요한 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는 바. 양정국과 김주명이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